조명은 죄가 없다지만… 미용실 조명은 살짝 유죄입니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어깨너머로 거울 속의 나를 마주치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속으로 중얼거리죠. “내가... 이 정도였나?” 물론 집에서 본 내 얼굴은 최소 인스타 필터 두 겹 씌운 셀카급인데, 미용실 거울 속 나는 ‘금방 잠에서 깬 생존자’ 느낌입니다. 이게 다 조명 탓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사실 미용실 조명은 기능성 조명입니다. 머리카락의 컬러를 정확히 파악하고, 컷의 흐름을 확인하며, 염색 얼룩까지 잡아내야 하니까요. 이런 목적을 위해 보통은 형광색 혹은 흰빛이 강한 LED 조명이 사용됩니다. 그런데 이런 조명은 피부 톤을 누렇게, 혹은 창백하게 보이게 하는 데 엄청난 능력을 자랑하죠. 특히 빛의 방향이 정면이 아닌 위나 옆에서 내려올 경우, 눈 밑 그림자, 볼 파임, 팔자 주름까지 ‘실사판’처럼 드러납니다.
게다가 조명만 문제일까요? 미용실 의자에 앉아 있으면 고개는 자연스레 15도 아래로 떨어지고, 턱살은 물리학의 법칙을 따라 중심부로 몰립니다. 그 상태로 위에서 떨어지는 백색광이 비추니, 우리는 거울 속에서 '나의 어두운 진실'과 조우하게 되는 것이죠.
이쯤 되면 "조명이 너무 정직해서 문제다"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직함이 꼭 미덕은 아니잖아요? 특히 얼굴을 앞에 두고선 말이죠. 그래서 다음에 미용실 거울을 마주했을 때, “이게 진짜 내 얼굴인가?” 싶다면, 그냥 속으로 외쳐주세요. “이건 무대 조명 테스트 중일뿐이야. 주인공은 여전히 나!”
확대경급 거울의 배신: 왜 미용실 거울은 이렇게 클까?
보통 집에서는 작고 은은한 거울에 얼굴 가까이 다가가 보며 “음~ 나쁘지 않군”이라고 자존감을 한 스푼 휘젓죠. 그런데 미용실은 다릅니다. 거울이 거의 운동장 사이즈에 달할 정도로 큽니다. 심지어 각도도 기막히게 나와서, 굳이 보고 싶지 않았던 뒤통수, 목 뒤 솜털, 심지어 턱 아래 그림자까지 보여줍니다. 이쯤 되면 이 거울, ‘거대 관찰기’ 아닙니까?
미용실에서 사용하는 거울은 넓은 시야각 확보가 중요합니다. 디자이너가 커트라인과 균형을 보려면, 전면과 측면, 후면까지 다 보여야 하거든요. 문제는, 그 넓은 범위가 그대로 ‘내 얼굴의 단점도 시야각에 포함시킨다’는 점이죠.
거기다 거울이 클수록 비율 왜곡이 심해집니다. 조명이 얼굴 중앙보다 측면에 닿고, 고개를 숙인 상태에서 넓은 거울로 비출 경우, 얼굴이 평소보다 더 퍼져 보이는 시각적 착시가 생깁니다. 말 그대로, ‘미용실 마법’이죠. 그 마법이 당신을 못생기게 만들었을 뿐.
게다가 우리는 미용실에서 뭔가를 ‘하는’ 도중에 거울을 보게 됩니다. 샴푸 후 물에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감싸고 있을 때, 혹은 머리 중간만 탈색이 되어 ‘치킨 반반’ 상태일 때 말이죠. 아무리 잘생긴 사람이라도 그 상태에서 거울 보면 자신감이 -90%입니다.
그러니 잊지 마세요. 미용실 거울이 당신을 못생기게 보이게 하는 게 아닙니다. 단지 ‘과정을 보여주는 거울’ 일뿐입니다. 마치 요리 중간의 반죽 상태를 보고 맛없을 거라고 오해하는 것처럼요. 완성된 뒤의 모습이 진짜라는 걸, 다음 챕터에서 보여드릴게요.
머리 스타일링 전후의 차이: 진짜 못생긴 게 아니라 아직 안 끝난 것뿐
마지막으로, 미용실 거울이 억울한 이유. 바로 ‘스타일링 전 상태’를 보고 평가를 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이건 마치 요리를 시작도 안 했는데 재료만 보고 "맛없어 보인다"는 얘기와 같습니다. 머리는 젖어 있고, 얼굴은 화장 벗겨졌고, 거울은 클래스에 맞게 현실을 직시시키고 있고… 당연히 결과물은 처참하죠.
그런데 바로 이 순간! 디자이너가 드라이기로 바람을 한 번 휘익 불고, 고데기로 웨이브를 싹 넣고, 에센스 한 방울 뿌려주는 순간, 갑자기 거울 속 ‘그 사람’이 변합니다. 나예요. 나. 아까 그 ‘텅 빈 영혼’ 같던 눈빛은 어디 가고, 약간 CF 들어올 듯한 눈빛으로 바뀝니다. 그리고 그 순간 비로소, “아! 미용실 거울, 너도 일은 잘하네?”라는 감탄이 나오죠.
그러니까 미용실 거울에서 못생겨 보이는 건, 본질이 못난 게 아닙니다. 단지 ‘변신 중’ 일뿐이에요. 그걸 중간에 보게 되는 바람에 착시가 생기는 것이고, 또 그 중간을 너무 과장되게 보여주니 괜히 상처받는 겁니다.
결론은 이겁니다. 미용실 거울이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정직한 친구’에 가깝습니다. 다만, 그 정직함이 살짝 결례일 때가 있다는 거죠.
그러니 다음에 미용실 가서 거울 보고 상처받을 일 있으면 이렇게 말해보세요. “내가 예쁘지 않은 게 아니라, 아직 안 끝났을 뿐이야.”